본문 바로가기
커리어 들여다보기

골든걸스, 경력단절 디바를 위한 커리어 이야기 (부제: 여왕의 귀환)

by 노랑생각 입니다 2023. 12. 5.

골든걸스, 보고 계시죠? 
요즘 골든걸스를 보느라 (백만년만에) 본방사수라는 걸 해보고 있습니다. 

 
이은미, 신효범, 박미경, 인순이로 구성된 걸그룹 골든걸스
박진영의 천재적인 기획력과 섭외력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건 4명의 디바들의 변신과 실력입니다. 
 

골든걸스 5화를 본방사수 못해서 재방을 밤 11시에 찾아보는 열심을 부렸습니다...

 
 
이들이 활약하던 90년대에 제가 좋아하던 가수는 이 중에 신효범 뿐이었는데
이번 골든걸스를 보면서 인순이의 열정에, 박미경의 노력에, 이은미의 마력에 빠져버렸어요. 
 


골든걸스 디바들의 실력을 새삼 알게되서 좋아졌을까요?
No No, 이미 이들이 넘사벽의 실력이라는건 알고 있었어요. 
 
본방 시간을 지키며, 유튜브에서 반복재생하고, 볼때마다 마음이 두근거리고, 울컥하는 눈물까지 나는 이유는 놀라운 이들의 실력이 아니라 이들이 변신과 의지 때문입니다. 
 

커리어코치와 헤드헌팅을 하는 저에게는,

여왕들의 귀환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과 오버랩되면서 감동을 줍니다. 

물론 이들은 경력이 단절되지도 않았고 경력의 꼭대기에 있는 디바들이지만
K-pop이 세상을 주름잡는 시대에 함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연예계에서의 경력단절같은 느낌을 주기도하니까요. 
 

 

인순이는 57년생, 67세입니다. 

여전히 건강하고, 여전한 음색에, 그대로의 실력이지만 67세입니다. 
연말 디너콘서트를 하면 어울릴 것같은 노장의 가수가 자기보다 열살씩 어린(?) 가수들과 어울려 춤을 배우고 40살은 더 어린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진심으로 반성했어요. 
 

나는 일터에서, 너무 빨리 늙은게 아닌가.
너무 쉽게 '이젠 이런 일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해'라고 생각한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모니터보기엔 눈이 너무 침침해. 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67세가 20대 걸그룹 춤을 연습하는 모습에는 무릎꿇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은미는 어마무시하죠. 

자기만의 색깔이 강하고, 보이스도 특색있는 노래를 하는 가수인데 걸그룹을 해냅니다. 
어색해하고, 힘들어하고 부담을 느끼는 티가 팍팍 나지만 결국에 해내고 심지어 자기 색깔을 입혀냅니다. 
 

20년 이상 일을 했다고 말하는 나는
일터에서 내 색깔을 내고 있는가? 어떻게든 해내는 저력이 있는건가?
내 색깔만 내겠다고 고집부리고, 어우러지지 못한 건 아닌가?

 
진심으로 반성했습니다. 
이은미님의 '벌써12시'를 듣는 순간부터 부러워서 미치는 느낌이었어요. 
 
긴 다리와 늘씬하면서 패셔너블한 느낌까지... 부러움 100배 추가요. 

이은미, 벌써 12시는 주3회는 돌려보고 있습니다.

 
 

언니 미안, 멋진 포즈였는데 순간 포착에 실패했어요.

 
 

신효범은 어떻구요...

 
신효범 '난 널 사랑해'는 노래방에서 실력을 부려야할 때 선곡하는 곡이었는데, 늙으면서 잊고 있었죠. 골든걸스를 시점으로 다시 노래방 애창곡으로 귀환시켰습니다. 골든걸스에서 신효범은 '단호함'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걸그룹 노래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은데 거기엔 항상 비장함과 단호함이 묻어있어요. 가사에 주옥처럼 담긴 비장함과 단호함을 걸그룹은 (아쉽게도) 비주얼로 보여주는 편이죠. 사나워보이는 메이크업, 당당한 걸음걸이, 강한 동작들로.. 
 
하지만, 신효범의 노래에는 단호함이 확실히 담겨있어요. 강하고 당당한 여자라면, 내야할 그런 목소리요. 높이 올라가서 감탄하는게 아니라 다른 3명과는 다르게 확실한 단호함에 감동받곤 합니다. 
 

일터에서의 나는 시니어로서, 저렇게 단호함을 보일 수 있는가. 

신효범의 멋짐을 갖고 싶어서 움찔움찔 합니다. 
 
 

골든걸스 5화는 조회수가 62만이네요. 100만이 안된게 아쉬운데 효범님의 단호함이 맘에 쏙 들어요.

 
 

미경언니 미안요, 노래듣다 사진을 못 찍었어요. 예쁜 캡춰로 대신합니다.

 

박미경은 또 다른 여성상이죠. 

 
골든걸스에서 박미경님의 성격을 보며 놀라기도 했어요. 히트쳤던 노래들을 보면 세상 거침없었는데, 생각외로 겁도 있어뵈고 여리여리한 성격인 것같았거든요. 걱정하고 걱정하고 그래서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해요. 
 
그리고 결국 무대에서는 그 옛날의 거침없는 모습들을 확- 보여줘버립니다. '이 언니 뭐야, 개멋짐이네' 라는 마음이 들어버리게 말이죠. 성격적으로 한없이 여자여자한 느낌이지만, 프로는 프로고 역시는 역시에요. 
 
경력이 단절되었거나, 나이가 들어 일터에서 밀려난 여자들 중에
사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자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심조심 한발씩 딛지만, 결국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야 마는 그런 여자들이요
 

목소리 가라앉을까봐 눕지도 않고 연습하는 모습을 사랑할 수 밖에...

 
 


 
골든걸스는 
솔로 디바들의 걸그룹 도전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기도 하지만

커리어를 다루는 저에게는 일터에서의 시니어란 어떤 모습을 보여야하는지, 실력이란 어떻게 보여줘야하는지, 일터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등을 생각하게 합니다.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한 마음으로
응원과 환호를 보내며 본방사수하고
나 역시 갓생을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아직 50살도 안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골든걸스, 팬클럽이 되겠습니다!
 

팬클럽이 되겠습니다, 골든걸스